여럿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병원에서 원장 중 한 사람만 의사 자격이 정지되더라도 병원 전체가 의료·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의사 4명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평가원)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인정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을 낸 의사들은 다른 의사 A씨와 공동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했다. 그런데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담금을 거짓으로 타낸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정부는 2018년 8월 1일∼10월 31일 A씨의 의사면허 자격을 정지했다. 의사들은 9월 4일 A씨를 공동원장에서 탈퇴시키면서도, 자격정지 기간에 해당하는 8월 1일∼9월 3일 발생한 요양급여와 의료급여 약 6억원을 평가원에 청구했다. 평가원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자격 정지 상태였으므로 A씨가 공동원장인 병원으로서는 급여를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였다. 의료법 66조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하면 자격을 정지할 수 있고, 해당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은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업을 할 수 없다고 정한다. A씨를 제외한 의사들은 자신들이 한 의료 행위에 대해서도 급여를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불복해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에서 이겼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의료법에 따라) 제재의 대상이 된 의료기관은 더 이상 요양기관·의료급여기관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이러한 제재의 필요성은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1인인지 다수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의료법에서 제재의 조건으로 든 '의료기관 개설자'에 A씨가 해당하므로 의료기관의 의료업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를 '부정행위 당사자'로 한정할 이유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같은 해석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나머지 공동개설자의 영업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할 수 없다"며 "나머지 공동개설자들로서도 1인의 개설자가 자격정지 처분을 받음으로 말미암아 그와 공동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 66조 3항(의료업 금지 조항)이 적용되리라는 점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경찰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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