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폭행으로 형사 입건됐던 10대 남성이 경찰의 꼼꼼한 수사 덕분에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처벌을 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경기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 0시 20분께 관내 유흥가에서 같은 대학교 학생인 10대 A씨와 20대 B씨 간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평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무리에 속해 모임을 갖던 중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상호 시비가 붙어 다툼을 벌인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출소 직원들은 양측 모두 폭행 피해를 주장함에 따라 쌍방폭행 사건으로 발생 보고를 했다. 이후 해당 서류는 상급 기관인 안산단원경찰서로 이관됐는데, 사건을 맡은 형사4팀은 한쪽의 피해가 더욱 막심한 데에 주목했다. 당시 A씨의 경우 안와골절 등으로 인해 전치 5주의 진단을 받은 반면, B씨는 목 부위 염좌 및 긴장 등으로 인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사건 당시를 담은 영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현장 인근의 호텔에서 외부에 설치해 둔 CCTV를 확보, A씨와 B씨가 뒤엉킨 그날 상황을 살폈다. 그 결과 B씨가 먼저 A씨의 가슴을 밀고, A씨가 대드는 듯한 행동을 하자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사실이 확인됐다. B씨는 그 뒤로도 3~4차례가량 주먹으로 A씨의 안면부를 타격하는 등 일방적인 폭행을 가했다. A씨는 B씨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몸을 밀치거나 목을 잡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둘의 다툼은 1~2분간 지속되다가 주변 사람들이 말리고 나서면서 종료됐는데, A씨의 부상이 특히 심했다. CCTV 영상을 분석한 경찰은 B씨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지만, A씨는 사건 피해자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우선 B씨의 상해진단서 상에 나온 '목 부위 염좌 및 긴장' 등의 진단명, 진단 기간, 일상생활 지장 여부, 자연치유 가능성, 의사 소견 등을 종합할 때 A씨에 대해 상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더 나아가 A씨가 한 행위는 폭력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소극적 저항'에 불과해 폭행 혐의 역시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폭력사건 수사지침(폭력행위의 동기와 목적, 결과 등을 토대로 정당방위 여부를 판단하는 지침)에 따라 A씨에게 정당방위가 성립한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B씨에 대해서는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 수사에는 거의 50일이 소요됐다. 형사4팀은 사건을 수사관 1명에게 배당해 개인 중심의 수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소속 수사관 5명이 함께 CCTV 영상을 보고 의견을 내는 등 팀원 전체가 수사에 참여했다. CCTV 영상 분석 때에는 전원이 A씨에 대해 정당방위 의견을 냈다고 한다. 사건에 대한 분석과 토론, 결론을 내기까지 모두가 하나가 돼 움직인 결과는 검찰에서도 인정됐다. 검찰은 B씨에 대해서만 상해 혐의로 약식으로 기소했고, A씨는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 관계자는 "쌍방이 피해를 주장하며 진단서까지 낸 이런 사건의 경우 쌍방폭력(상해 및 폭행)으로 처리하면 간단할 수도 있다"며 "혐의가 있다고 증명하기는 쉽고,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팀장이 중심이 돼 모든 팀원의 집단 지성을 활용한 수사를 펼쳐 자칫 피의자로 몰릴 뻔한 피해자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올해 수사권 조정 4년 차를 맞아 책임 수사기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 원팀 중심 수사 문화 정착 ▲ 접수사건 초기진단 시스템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신세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접수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에 팀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고, 사건 접수 즉시 팀장이 필요한 조치나 팀원별 역할 등을 판단토록 하는 등 기존의 수사 업무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경찰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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