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서울=(경찰연합신문) =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현금다발의 ‘관봉권 띠지’가 유실된 사건을 둘러싸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해당 사건에 연루된 검찰 수사관의 메모에서 비속어와 “남들 다 폐기해”라는 문구가 드러나면서, 단순 실수를 넘어 증거물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유실 사건’이 집중 거론됐다. 증인으로 박건욱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이희동 전 1차장검사, 그리고 당시 압수계 소속 김정민·남경민 수사관이 출석했다.
청문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적절한 증인·참고인 채택”이라며 집단 퇴장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질의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수사관들에게 띠지 분실 경위를 추궁했으나, 이들은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논란을 키운 것은 수사관들이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예상 질의응답 메모였다. 해당 메모에는 “남들 다 폐기해, ㅂㅅ들아”, “폐기→나 몰라!”, “지시 X” 등 비속어와 수상한 표현이 적혀 있었다. 이는 단순 참고 자료가 아니라 증거 은폐를 시사하는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여기서 ㅂㅅ은 무엇을 뜻하는가”라고 추궁했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들을 향해 그런 표현을 한 것인가. 오늘 청문회에 어떤 자세로 나온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김정민 수사관은 자신이 메모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냥 혼자 연습하다가 쓴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제가 띠지를 폐기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결정적 사실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은신처에서 압수한 현금 1억6500만 원 중 일부에 붙어 있던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 등을 유실했다. 검찰은 “직원 실수로 일부 현금띠지가 폐기됐다”고 설명했으나, 이번 청문회를 통해 의도적 은폐 의혹이 제기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실제로 현금다발 중 관봉권 표시가 없는 나머지 띠지들도 함께 사라져 단순 실수라는 해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검찰의 증거 관리 부실 문제다. 증거물은 수사의 핵심적 토대이며, 특히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더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 그러나 관봉권 띠지 유실 사건은 기본적 관리조차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나아가 메모에서 드러난 비속어와 ‘폐기’라는 표현은 단순 실수를 넘어 의도적 행위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이는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치적 공방도 거세다. 민주당은 “검찰이 스스로 증거를 폐기한 뒤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며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청문회 증인 채택 자체가 “정치 공세”라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여야의 공방과 별개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검찰이 증거물 관리에 실패했다는 사실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김윤용 감찰3과장을 팀장으로 한 전담 조사팀을 꾸려 관련 수사관들을 입건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수사관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정황은 감찰과 수사만으로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검찰 내부의 철저한 자기 점검과 제도적 보완 없이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힘들다.
사건은 단순히 현금다발의 띠지 유실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 조직의 투명성과 책임성, 나아가 정치적 중립성까지 의문에 휩싸이게 했다. 증거물 관리 부실은 법 집행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문제다. 이번 사건이 검찰개혁 논의의 단초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5년 9월 6일 현재, 검찰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국민은 이미 검찰 스스로 남긴 메모 속 ‘폐기’라는 단어에서 무거운 의혹을 읽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검찰이 국민 앞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책임을 지고, 제도 개선을 통해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