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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르포] 캄보디아 국경 넘는 범죄조직… “야반도주한 웬치, 베트남·라오스까지 번졌다”

선미현 기자 | 기사입력 2025/10/20 [08:59]

[특집 르포] 캄보디아 국경 넘는 범죄조직… “야반도주한 웬치, 베트남·라오스까지 번졌다”

선미현 기자 | 입력 : 2025/10/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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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테초국제공항

 

[프놈펜·바베트=경찰연합신문] 선미현 기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동쪽으로 약 160km, 베트남 국경을 마주한 도시 바베트.
10월의 뜨거운 햇살 아래, 국경 검문소 앞 식료품점에 지프 한 대와 승합차 두 대가 잇달아 멈춰 섰다. 트렁크에는 PC 모니터와 본체가 10여 대씩 실려 있었고, 차량 안에는 현지인과 피부색이 다른 젊은 여성들이 짙은 화장을 한 채 앉아 있었다.

“이 지역은 정전이 잦아 컴퓨터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저런 사람들은 대부분 온라인 사기에 동원되는 중국계 조직원이에요.”
한 주민의 말처럼, 이 국경 도시는 지금 ‘범죄의 피난처’로 변하고 있다.


■ 단속 피해 국경지대로 ‘야반도주’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등지에 몰려 있던 온라인 사기 조직들이 최근 단속을 피해 대거 바베트 등 국경지대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조직은 이미 베트남·라오스·미얀마 등 인접국으로 근거지를 옮겼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됐다.

현지에서 만난 바베트 주민은 “이곳으로 온 사람들 중 상당수가 시아누크빌 웬치(범죄단지)에서 도주한 중국계 조직원들”이라며 “국경선을 넘기만 하면 추적이 어려운 걸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18일 찾은 바베트 도심은 개발이 멈춘 듯 황폐했다. 허물어진 건물 사이마다 중국어 간판이 내걸린 허름한 카지노가 늘어서 있었고, 곳곳에 범죄조직이 급히 세운 것으로 보이는 숙소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국경 검문소 주변은 한층 긴장된 분위기였다.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섰고, PC 장비를 싣고 이동하는 이들이 잇따랐다. 현지인과 다른 외국계 얼굴들이 절반 가까이 섞여 있었다.


■ “국경마다 ‘개구멍’ 있다”… 조직의 비밀 통로

국경 일대에는 정부 통제 밖의 비공식 통로, 이른바 ‘개구멍’이 곳곳에 존재한다.
바베트 현지인 B씨는 “범죄조직이 이미 도주로를 사전에 확보해둔 상태”라며 “차량 한 대가 빠져나가면 바로 새 조직원이 들어오는 식”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경찰도 최근 잇단 ‘야반도주’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시아누크빌의 한 웬치에서는 밤사이 조직원들이 검은 비닐에 PC를 포장해 차량에 싣고 떠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들은 40인승 버스에 줄지어 오르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국경 방향으로 이동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캄보디아 전역의 국경지대, 특히 크레이툼·오스마크·보코산 일대에도 이미 수십 곳의 웬치가 형성돼 있다고 보고했다. 이 지역들은 태국·베트남·라오스 등 인접국과 도로로 연결돼 있어, 차량 이동이 용이하다는 점을 조직들이 악용하고 있다.


■ “캄보디아서 철수한 조직, 라오스로 재정착”

라오스 현지 교민 사회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비엔티안 교민 C씨는 “산지앙 지역(중국계 거주 밀집 지역)에 캄보디아 웬치와 유사한 건물이 하나둘 세워지고 있다”며 “캄보디아에서 철수한 조직이 이곳으로 넘어온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5월에는 미얀마에서도 유사한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태국 국경 인근 미야와디 지역에서 한국인 남성이 감금·폭행당한 채 구조 요청을 했고,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이 현지 당국과 공조에 나선 바 있다.
미야와디 역시 중국계 온라인 사기 조직의 주요 거점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 합동 단속은 ‘빈집 단속’ 우려

캄보디아 현지의 범죄조직이 국경 밖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캄보디아 정부의 합동 단속은 사실상 ‘빈집 단속’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캄보디아 정부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며 공조 강화를 약속했지만, 핵심 조직들이 이미 국경을 넘어간 상황에서 실질적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19일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민의 희생이 이어진다면 캄보디아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중단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 中 SNS는 여전히 ‘달러 유혹’

범죄조직의 발길이 캄보디아 밖으로 옮겨가도, 인신매매와 온라인 유인 수법은 멈추지 않았다.
본보 취재 결과 중국의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에는 여전히 “캄보디아에서 돈을 벌고 있다”, “궁금하면 물어보라”는 글이 하루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현금 다발, 고급 차량, 5성급 호텔 식사 장면을 내세워 ‘성공한 삶’을 연출하며 젊은이를 유혹한다.
한국 내에서 퍼졌던 단순한 ‘고수익 알바’ 문구보다 훨씬 노골적이다.
전문가들은 “거점을 옮기더라도 온라인 모집과 유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국경 단속만으로는 범죄 근절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옮겨갈 뿐”

캄보디아 바베트 국경의 석양은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그 안에서 사람과 장비를 싣고 사라지는 차량 행렬은 끝이 없었다.
한 현지인은 말했다.
“이들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그저 국경을 넘어 다시 시작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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